서론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다양한 맛과 향을 느낍니다. 과일향, 볶은 향, 꽃향 등 하지만 다크로스트에서도 라이트로스트에서도 미디엄로스트에서도 쓴맛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쓴맛은 대체 왜 나는 것일까요? 대부분의 이러한 질문에 카페인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카페인은 쓴맛의 10~15% 정도밖에 기여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커피의 향미는 복잡합니다. 한 가지의 이유 때문에 쓴맛이 나는 게 아니며 여러 화합물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쓴맛이 나게 됩니다. 오늘은 이 쓴맛 성분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쓴맛 성분
카페인 : 카페인은 쓴맛을 유발하는 가장 잘 알려진 성분일 텐데요 그러나 전체 쓴맛의 10~15%를 담당합니다.
클로로겐산 락톤 : 클로로겐산은 퀸산과 카페익산의 에스터 결합으로 연결된 화합물입니다. 로스팅 과정에서 열이 가해지면 클로로겐산 분자 내에서 탈수 반응이 일어나게 됩니다. 퀸산은 -OH의 수산기를 가지고 있고 카페익산은 카르복실기 (-COOH)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 사이에서 물 분자 H2O가 빠져나가 (-COO-) 형태가 되고 이러한 현상을 고리형성이라고 하고 이러한 성분을 클로로겐산 락톤이라고 부릅니다. 이 성분은 커피의 전체적인 쓴맛에 큰 영향을 주며 클로로겐산보다 더 강한 쓴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물에 대한 용해도가 낮아서 클로로겐산보다는 잘 추출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커피가 식으면서 이 락톤성분의 일부분이 클로로겐산으로 다시 변환되어 식으면 쓴맛이 줄어드는 이유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페닐일단 : 떫은맛과 쓴맛을 강화시키는 주범입니다. 클로로겐산 성분은 생두일 때 가지고 있는 성분입니다. 이 성분이 탈수반응이 일어나면 클로로겐산 락톤이 되기도 하고 분해되기도 하는데 에스터결합이 분해되는 온도에 이르면 퀸산과 카페익산으로 분해가 되게 됩니다. 여기서 더 고온으로 갈경우 카페익산은 비닐카테콜을 거쳐 페닐일단으로 변환됩니다. 일반적으로 라이트로스트에는 거의 없으며 다크로스트일수록 상당량 존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물의 용해도가 낮아 추출을 빠르게 이루어준다면 과다하게 나오는 경우를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페닐일단 성분 자체는 전체적인 맛을 향상시키기도 하므로 흑백논리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적절한 양의 페닐일단이 고품질 다크로스트 커피의 특징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도한 양은 품질 저하가 될 수 있습니다.
퀸산 : 퀸산은 위에 설명되어 있든 클로로겐산의 구성 요소중 하나입니다. 생두에 이미 존재하며 로스팅 과정에서 클로로겐산이 분해될 때 더 많이 생성됩니다. 즉 로스팅이 진행될수록 농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퀸산은 쓴맛의 기여도는 카페인이나 클로로겐산락톤에 비해서는 낮은 편입니다만 산도를 증가시키고 다른 쓴맛 화합물들과 상호작용하여 복합적인 쓴맛을 생성합니다.
로스팅시간과 비례하게 증가하므로 라이트 로스트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이며 다크로스트일수록 높은 농도를 갖습니다. 퀸산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다른 화합물인 페닐일단도 증가하므로 쓴맛을 더 강하게 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퀸산은 물에 용해도가 좋은 편이라 추출 과정에서 커피에 많이 추출되는 성분입니다. 추출시간이 길어질수록 퀸산이 더 많이 추출됩니다. 감각적 특징으로는 혀 뒷부분에 쓴맛을 남기는 경향이 있으며 깊은 쓴맛이나 무거운 쓴맛을 내는 성분으로 묘사됩니다.
트리고넬린 : 트리고넬린은 생두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성분이며 전체 무게의 약 0.6~1.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 아라비카종이 로부스타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성분은 카페인이나 클로로겐산보다는 약한 쓴맛을 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동시에 약간 달콤한 맛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복합성 있는 향미 프로파일을 제공합니다. 트리고넬린은 라이트로스트일수록 많으며 다크로스트일수록 성분이 감소하게 되는데 니코틴산으로 분해되기 때문입니다. 쓴맛에 기여를 하는 성분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복합적인 프로파일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분이고 잠재적인 건강상의 이점과도 연관되어 있는 성분이기에 과학분야에서 주목하는 성분입니다.
니코틴산 : 니코틴산은 트리고넬린이 로스팅 과정에서 분해되어 생기는 성분입니다. 순수한 니코틴산은 강한 쓴맛을 가지지만 커피에서의 농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로스팅이 진행될수록 더 많은 니코틴산이 생성됩니다. 카페인이나 클로로겐산 락톤에 비해 영향은 작습니다만 상호작용을 하여 쓴맛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니코티나마이드 : 니코틴산과 마찬가지로 트리고넬린의 분해 과정에서 생성됩니다. 또한 니코틴산의 아미드화를 통해 형성되기도 합니다. 니코틴산보다 쓴맛이 약한 편입니다. 쓴맛에 예민한 사람들은 감지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무맛으로 느끼는 성분입니다.
비닐카테콜 중합체 : 비닐카테콜 중합체는 카페익산의 분해산물 중 하나입니다. 과정을 살펴보면 클로로겐산이 카페익산과 퀸산으로 분해되고 카페익산이 고온에서 탈탄산 반응을 거치면 4-비닐카테콜이 형성됩니다. 생성된 4-비닐카테콜 분자들이 결합하여 중합체를 형성합니다. 주로 다크로스팅 과정에서 형성되며 200도 이상으로 올라갈 때 생성이 가속화됩니다. 일반적으로 라이트로스트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비닐카테콜 중합체 생성은 마이야르 반응과 카라멜 반응등 다른 화학반응들과 동시에 진행됩니다. 가루약 같은 쓴맛을 내거나 탄맛을 내기도 합니다. 물에 대한 용해도는 낮은 편이지만 추출방법과 조건에 따라 농도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화합물들은 커피의 쓴맛에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고 로스팅의 정도와 추출 방법에 따라 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로스팅이 강할수록 쓴맛을 유발하는 화합물의 농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쓴맛이 강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쓴맛 성분들 중에는 항산화 능력을 가진 성분들도 있고 커피의 복합성에 기여하는 성분들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쓴맛성분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과학적으로 들여다본 성분들이므로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씩 읽어보시면서 어떠한 경우에 이러한 성분이 증가하는지 정도로 이해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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